머무는 점 : 감각이 머무는 자리
나는 점자 형태를 바탕으로 만든 레고형 블럭을
원형의 화면 안에 부착하며 작업을 구성한다.
이 작업에서 점자는 ‘읽기 위한 언어’가 아니다.
나는 점자의 기본 구조와 배열을 구성 원리로 가져오되,
이를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문자로 두기보다
‘보는 방식의 단위’를 만드는 조형 언어로 사용하고 싶었다.
점자의 배열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해독되지 않도록 속도를 낮췄다.
여기서 점들은 문장을 완성하는 글자가 아니라
픽셀처럼 쌓이며 화면을 구성한다.
의미는 읽히기보다 감각으로 먼저 떠오른다.
점자는 원래 촉각 언어다.
나는 그 촉각성을 시각의 구조로 옮겨
언어와 감각의 경계에서 새로운 ‘읽기’의 방식을 만들고자 했다.
이 블럭들은 나에게 어릴 적 놀이의 기억이기도 하다.
레고를 조립하며 형태를 익히고
처음 무언가를 배우던 시간처럼
점자 또한 놀이처럼 천천히 익히고 싶었다.
나는 점자로 문장을 쓰는 대신, 머무는 시간을 조립한다.
원형의 여백 안에서
점들은 문장이 아니라
감각이 머무는 자리가 된다.
박미 작가 작업노트